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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긴축 ..증가율 2.8% 역대 최저

작은날 2023. 8. 30. 13:12

 

 

정부, 656.9조 2024년 예산안 의결
23조 지출 구조조정 ...약자 복지 일자리에 집중
尹 "前정부 재정 만능주의•선거 매표 예산 배격" 


정부가 내년 지출 예산을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2.8%(18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총지출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연평균 지출 증가율(8.7%)은 물론 내년 명목성장률(4.7%)보다 낮은 긴축 예산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4년도 예산안’과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400조5000억원)보다 33조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재정적자를 늘리기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방향을 택했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이 3%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증가율은 2.8%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올해(24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이권 카르텔’로 지목된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2000억원, 낭비성 보조금을 3조8000억원 삭감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저소득층, 노인 등 ‘약자 복지’ 강화 △산업·기술 경쟁력 확보, 출산·양육 부담 경감 등 미래 준비 투자 △투자 활성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방·치안과 같은 국가의 본질 기능 뒷받침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의 감축 노력에도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 수준으로 올해 정부 전망치(58조2000억원)보다 커질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3.9%로 올해(2.6%)보다 높아진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 2025~2027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2.5~2.9%로 낮추고, 국가채무 비율은 2027년까지 50%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황정환/도병욱 기자


나눠먹기 R&D·보조금 카르텔 '대수술' … 23조 지출 구조조정


예산 증가율 2.8% 역대 최저
“예산 증가율 0% 동결도 검토”
정부 재량지출 중 20% 구조조정
새는 돈 차단해 약자 촘촘히 지원
R&D 5.2兆·보조금 4兆 삭감
AI·양자 투자 늘려 ‘선택과 집중’

지역화폐 지원은 예산안서 삭제


내년도 예산안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뚜렷이 한 게 특징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첫해 짠 올해 예산에서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에 마침표를 찍고 건전재정으로 돌아섰다. 이어 내년 예산안에선 올해(5.1%)보다 지출 증가율을 더 낮추며 재정개혁의 고삐를 조였다. 특히 경기 하강과 자산시장 약세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 예산안 대비 33조원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자 재정적자를 늘리는 대신 지출 증가폭을 최대한 줄이는 쪽을 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 증가율을 0%로 동결하는 것까지 검토했다”고 했다.

   기재부는 올해 예산(24조원 구조조정)에 이어 내년 예산에서도 23조원가량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부 재량 예산 120조원의 20%가량을 구조조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지난 5월 말 제출한 예산요구안을 다시 돌려보내며 1만 개 이상 사업을 원점 재검토했다.
  


   ○무풍지대 R&D, 보조금에 ‘메스’
  
   내년 예산에서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부문은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올해 31조1000억원에 달한 예산이 내년에는 25조9000억원으로 5조2000억원 깎였다. 삭감률이 16.6%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R&D 예산을 ‘이권 카르텔’이 많은 분야로 지목하면서 대대적인 지출 삭감이 이뤄졌다.
  
   정부는 R&D 예산이 파급력 있는 도전적 과제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작은 ‘안전한 연구’에 낭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마저도 대학·연구소 간, 연구자 간 나눠 먹기가 횡행하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일방적 삭감이 아니라 그동안 과도하게 늘어난 R&D 예산을 정상화하는 것이란 게 정부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내년 R&D 예산이 올해보다 줄긴 했지만 2017년 19조5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 늘어난 수준”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 양자 등 차세대 혁신 기술 투자도 올해 4조7000억원에서 내년 5조원으로 오히려 강화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보조금 사업도 대대적으로 삭감됐다. 보조금 사업은 2018년 66조9000억원에서 올해 102조3000억원으로 35조원 넘게 급증했는데 내년 예산은 4조원 가까이 줄었다. 관행적인 지원 증가로 보조 사업이 늘면서 집행·관리상 문제 등 누수 요인이 다수 지적됐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다”고 했다.
  
   ○지역화폐는 빠져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이라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서 아예 빠졌다. 지역화폐 예산은 2022년에 6050억원이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선 이를 전액 삭감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중 3525억원이 되살아났다.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에는 지역화폐 예산을 담지 않았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사업이란 판단에서다.
  
   교육 예산이 6.9% 삭감된 점도 눈길을 끈다. 교육 예산은 올해 96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내년 예산은 89조7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 줄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국세 수입에 연동해 지방에 넘겨주는 재원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부문별로는 유아·초중등 교육 예산(올해 80조7000억원→내년 73조7000억원)이 줄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예산(9조4000억원→14조8000억원)이 크게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유아·초등교육 예산 일부를 고등·평생교육으로 돌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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