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 스크랩

'퍼주기' 한계 … 성남 청년기본소득 중단

작은날 2023. 9. 5. 16:58

 

 

전국서 첫 적용한 성남시, 예산 없어 지급 못해

"지자체 포퓰리즘 복지의 예정된 결말"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6년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청년기본소득 정책이 7년 만에 출발지인 성남에서 전면 중단됐다. 성남시가 경기도의 관련 예산 미지급을 이유로 이달부터 접수 중단을 선언해서다. 이 대표의 보편복지 실험인 청년기본소득이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과 복지 포퓰리즘을 둘러싼 논란으로 존폐 기로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시는 4일 “지난달 말 경기도의 도비 보조금 미편성 통보로 3분기 청년기본소득 신청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연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복지정책이다. 2019년부터 경기 전역으로 확대해 경기도가 70%, 시·군이 30%를 부담했다.
  
   성남시의 올해 관련 예산은 105억500만원. 시는 경기도가 70%에 해당하는 약 74억원을 지원하지 않아 3분기부터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성남시가 올해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보조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의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남시가 해당 사업을 내년에 폐지하는 등 지속 의지가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른 지자체에는 정상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성남시 의회는 지난 7월 청년기본소득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켜 올해까지만 유지하고 내년부터는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복지 선명성’ 경쟁이 낳은 포퓰리즘 정책의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거래 감소로 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이재명표 복지정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사업 중단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단체장을 맡은 남양주·구리시 등도 예산 부담에 올초 폐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원 부경대 교수는 “청년기본소득이라지만 이는 상징을 선점하는 문제였을 뿐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에서 다룰 만한 위치를 점유하지 못한 단순 복지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세수펑크에 수명 다한 '이재명표 복지' … 남양주·구리도 폐지 검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4일 국회 본관 앞에서 닷새째 단식 투쟁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성남 신상진 시장 “현금복지보다
일자리 확충·창업지원이 효과적”
의회 대립 … 초유의 준예산 사태
3분기 지급 중단에 항의전화 빗발
김동연 지사, 포퓰리즘에 ‘선긋기’
경기도가 70% 지원하는 청년소득
극심한 세수 부족에 수술 불가피

최초로 시작하고 최초로 '좌초' …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복지 실험’으로 불리는 ‘경기 청년기본소득’ 사업이 그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이 대표는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으로 불린 청년기본소득과 학생 교복비 지원, 산후조리비 지원 등 3대 보편복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 중 최초로 추진했다. 지역화폐와 함께 이 대표를 ‘전국구 정치인’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듣는 복지 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후 도 사업으로 전환됐다. 이 중 교복비(30만원) 및 산후조리비(50만원) 지원은 공감을 얻으며 전국 지자체로 확산했고, 청년기본소득은 지난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여러 후보 간 ‘기본소득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기본소득 사업은 경기도와 산하 지자체들에 ‘계륵’으로 전락했다.
  
   ○발상지에서 내년부터 ‘완전 폐지’
  
   4일 성남시에 따르면 신상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선 이후부터 청년기본소득 폐지를 추진해왔다. 소득과 재산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4세가 된 모든 청년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보다는 청년 일자리 확충과 창업 지원 등에 재원을 투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 청년기본소득은 ‘자기 계발’(11%)보다는 ‘식료품 구매’(73%)에 주로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시장은 “올해부터 자격증 취득 응시료와 수강료를 1인당 1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특정 연령에만 혜택을 주는 것보다 청년의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시장의 계획은 성남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 성남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7월 청년기본소득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올해까지는 경기도에 관련 예산을 달라고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아예 사업이 없어지게 된다.
  
   도 차원에서 조만간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폐지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성남시의회의 청년기본소득 폐지 조례안 통과에 대해 도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재정전문가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선 이후 “‘김동연식 기회소득’과 ‘(이 대표의) 기본소득’은 다르다”고 꾸준히 밝혀왔다. 이 대표 시절 도가 만든 농민·농촌기본소득 등의 사업을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장애인·라이더 기회소득 사업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세수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는 게 사업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다. 올해 지방세는 당초 세운 예산안보다 1조9000억원가량 덜 걷힐 전망이다. 광역지자체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도는 연말까지 31개 시·군에 내려보낼 일반조정교부금도 5조764억원에서 4조3324억원으로 7439억원 줄이기로 했다. 지자체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도는 최근 청년기본소득 폐지 의사를 밝힌 성남시를 제외한 나머지 30개 시·군에 내년도 사업을 지속할지 묻는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을 세우기 위한 기초적 조사로, 정해진 계획대로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현재 방침”이라고 했다.
  
   ○“지자체 단위에서 기본소득 불가능”
  
   만 24세만 콕 찍어 100만원씩 지급하는 경기 청년기본소득은 시작부터 비판이 많았다. 왜 24세가 대상인지 설명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지급이 시작된 뒤에도 공무원과 교사 등 취약계층이 아닌 사람들도 수혜 대상자가 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기본소득은 애초에 지자체 단위에서 펼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금을 특정 지자체, 특정 계층에 몰아주는 효과 때문이다. 한 행정학과 교수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가운데 특정 지역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다른 지역은 지급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는 사람과 혜택을 받는 사람 간의 괴리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지자체들이 ‘내년 폐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이미 시행 중인 복지 사업을 없애는 것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처음으로 청년 기본소득 폐지 수순에 들어간 성남시는 최근 엄청난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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