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 스크랩

300만 유커 온다 … 여행 유통업계 ‘화색’

작은날 2023. 8. 11. 11:57


中, 한·일 등 78개국에 자국민 단체여행 허용
면세점 화장품.여행 업계. 실적 대폭개선 기대

중국 정부가 6년 넘게 금지해온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연간 800만 명에 달하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관광이 재개되면서 국내 관광·유통·화장품업계에 모처럼 ‘중국 특수’ 기대가 높아졌다. 주식시장에서도 중국 관련주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중국 문화관광국은 10일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멕시코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허용 시점은 이날부터다. 문화관광국은 “중국 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올초 시범 재개한 이후 해외관광 산업이 원활하고 질서 있게 운영돼 관광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단체여행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2017년 3월 이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이번에 단체여행이 풀린 것은 6년5개월여 만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태국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의 단체여행 금지 빗장을 풀었다. 이어 3월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40개국에 같은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번번이 여행금지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 포함됐다.
  
   국내 관련 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이 현실화하자 ‘가뭄의 단비’라며 반색했다. 이번 조치로 유커의 한국 방문이 늘어나면 관광은 물론 유통·화장품·식품업계 전반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대인 806만 명을 기록하는 등 한국 관광산업 발전에 효자 노릇을 해왔지만,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작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2만7000명에 그쳤다.
  
   여행·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중국인 입국자가 3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커 입국의 전면 재개 효과를 1년 내내 누릴 수 있는 내년에는 최소한 2019년 수준(602만3021명)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롯데관광개발, 제이준코스메틱, 토니모리 등 여행·화장품 관련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이미경 기자


"큰손 유커 일본에 뺏길라" … 유통업계, K관광 마케팅 전쟁 돌입

중국 정부가 6년 넘게 금지한 중국인의 한국 단체여행을 10일 전면 허용하자 국내 관광 유통업계는 곤바로 유커맞이 준비에 나섰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 면세점에서 쇼핑객들이 중국어 안내판 옆을 지나고 있다.

올 300만명 몰려온다 … 손님맞이 분주
기회는 왔다 … 면세점 화색
베트남 등 동남아보다 씀씀이 커
국경절 낀 10월 앞두고 유치 총력
패키지 만들고 프로모션 준비
한·중 여객선 3년7개월만에 재개
정부, 상하이서 K관광 로드쇼


중국이 6년5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자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한령이 장기화하며 관련 업계에선 “올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입국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만큼 대다수 기업은 최근까지 유커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전제로 사업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왔다.

   11일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한·중 여객선 운항도 3년7개월 만에 재개된다. 1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뉴그랜드피스호’가 이날 중국 웨이하이항을 출발해 12일 평택항에 입항한다.
  



   ○유커맞이 서두르는 관광·유통업계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10일 중국 문화관광국이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멕시코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유커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매출의 90%를 중국인에게 기대는 면세업계다.
  
   롯데면세점은 유커 유치를 위해 여행사, 항공사 등과 손잡고 다양한 관광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럭셔리 패션, 주류 상품에 특별 프로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항공사들도 일제히 중국 노선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국인 여행객 수요를 면밀히 살피며 증편 및 재운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진으로 고전 중인 백화점들도 반색했다.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백화점은 유커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매출 부진을 일부 상쇄해줄 것으로 보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전용 데스크를 확대하고 알리페이·위챗페이와 연계한 이벤트를 펼치는 식이다.
  
   일본 언론 등을 통해 중국 당국이 단체관광을 허용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 전날만 하더라도 관련 업계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섣불리 행사를 기획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랬던 이들 업계가 서둘러 대응하는 건 한발 앞서 유커 유치에 나선 관광 라이벌 일본에 기선을 제압당할 것을 우려해서다.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여행업계는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용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일찌감치 유커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선례를 봐도 일본은 중국인들이 한국보다 더 선호하는 여행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960만 명이었다. 같은 해 한국 방문객(602만 명)보다 59.5% 많은 수다.
  
  ○“가물에 단비”
  
   유커의 귀환은 내수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다인 806만 명을 기록해 내수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씀씀이도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훨씬 크다. 2019년 기준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금액은 1인당 평균 1632.6달러(약 214만원)였다. 베트남(1275.6달러·약 167만원), 필리핀 관광객(807.5달러·약 106만원)에 비해 많았다.
  
   여행·유통업계에선 지난해 22만7000명에 머무른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는 3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커 입국 재개 효과를 1년 내내 누릴 내년에는 최소 2019년 수준(602만3021명)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중국인이 일으킨 여행수입은 전체 여행수입의 43%로 압도적이었다”며 “중국인 입국자 수가 회복되면 서비스수지와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인 단체여행 재개에 발맞춰 다음달 13~17일 베이징, 상하이에서 ‘K-관광로드쇼’를 열고 관광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인의 소비 성향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어 단체관광이 전면 허용되더라도 2020년 이전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이 부는 데다 중국 내 경기 부진도 심각해 주머니를 쉽사리 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세 둔화, 3년간 하늘길이 닫힌 후유증 등의 요인으로 중국에선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미경/한경제/강미선 기자


중국 항공 • 여행산업 활성화 .. 디플레 탈출 노린듯


단체관광 전면 허용 왜
국제사회 ‘고립주의’ 벗어나고
소비 심리 자극, 내수 진작 의미도


중국 정부가 중국인 단체관광을 전격 허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고립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중국인의 소비심리 자극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중국 문화관광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78개국에 중국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지난 2월과 3월 총 60개국에 대해 여행금지 빗장을 푼 데 이어서 사실상 중국인의 해외 단체여행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한 것이다.
  
   중국이 해외여행 허용 정책을 전격적으로 들고나온 것은 미·중 패권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협력을 강화하는 게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칩4 동맹 등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제어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가 굳건해질 경우 중국의 고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큰 나라여도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이 분업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혼자 해내긴 어렵다”며 “한국, 일본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반도체 동맹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한국을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양국 외교부 수장인 왕이-박진 회동이 열린 게 기점이 됐다.
  
   왕 장관은 지난달 10일에는 중국을 방문한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을 만나 “중·한 관계는 한·중수교 30년 성과의 기초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시 왕래와 협력을 진작하고, 양국 관계의 광활한 발전 전망을 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 간에 양국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단체여행 허가도 이런 공감대 속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을 가리키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항공산업 등 경제 파급효과가 큰 관광산업 개방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여행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앞두고 해외 단체관광 허용국을 확대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관측이다.
  
   1·2차 단체관광 허용국에서 제외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여행국이 이번 발표에 모두 포함됐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산업은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해외여행도 항공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 23일부터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활발한 인적 교류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對)중국 우호 정서를 형성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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