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 스크랩

미국 신용등급 강등 … 아시아 증시 일제히 '휘청'

작은날 2023. 8. 3. 17:34

 

 

피치, AAA서 AA+로 하향 … '2011년 악몽' 우려

"재정악화·채무 증가·정쟁에 부도위기 반복"지적

코스피 1.9%↓… 유럽증시 내리고 미국도 하락 출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국가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부채한도와 관련해 정치권의 교착상태가 반복되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개장 전 전해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피치는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직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등급 강등 원인으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재정 악화와 끊이지 않는 부채한도 협상 관련 교착을 꼽았다. 특히 부채한도 관련 진통을 겪을 때마다 미국 정치권이 벼랑 끝 전술로 싸우다 막판에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국가 거버넌스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관리 문제도 언급했다. 다른 국가와 달리 중기 재정을 관리할 큰 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고 예산 편성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2023년 6.3%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경제가 신용 여건 악화와 기업 투자 약화, 소비 둔화 등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즉각 반박했다. 옐런 장관은 “피치의 이번 결정은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미국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유동자산이며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2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90% 내린 2616.47에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3.18% 하락한 909.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30%, 홍콩 항셍지수는 2.47% 빠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하락 출발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70전 오른 1298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강진규 기자


피치의 경고 "정치갈등·나랏빚 폭증 … 미국 부채상환 능력 의심"

미국 신용등급, 최상위에서 AA+로 한단계 강등 

낫케이225지수 2.3% 급락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가 2일 전날보다 2.3%(768.89포인트) 떨어진 32,707.69로 마감했다. 닛케이225 지수의 종가가 표시된 일본 도쿄의 전광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가장 큰 배경은 미국의 국가채무 급증이다. 들어올 재원이 뻔한데 나갈 돈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국채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지만 국가채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최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년간 국가채무 1.6경원 증가
  
   미국의 국가채무는 위기 때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천문학적으로 늘린 시점이다. 1980년대 초반 2차 오일쇼크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가 대표적 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때 미국 정부의 씀씀이 규모는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2020년 3월 말 23조2000억달러(약 3경원) 수준이던 미국 국가채무는 석 달 후 26조5000억달러로 3조3000억달러(14.2%) 늘었다.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 올해 1분기 미국 국가채무는 31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3년 만에 미국 국가채무가 12조3000억달러(36%)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25년 11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신용등급이 AAA인 국가들의 중간값(39.3%)보다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재정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세금과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하는데, 세금은 줄고 금리 상승으로 국채 이자 부담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세수는 1년 전보다 11% 줄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미국 정부가 내년 말까지 내야 할 국채 이자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3%였다. 이 비율이 1.86%였던 지난해 말에 비해 넉 달 만에 이자액만 980억달러 늘었다.
  
   피치는 “향후 10년간 금리 상승과 부채 증가로 이자 상환액이 더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미국 정부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지난해 말 3.7%에서 올해 말 6.3%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 6.6%, 2025년엔 6.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에도 1조달러 국채 발행
  
   미국 정부는 3분기에만 1조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는 등 부채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재무부는 다음주 진행될 예정인 장기 국채 차환을 위한 입찰에선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30억달러 규모의 장기채권을 내놓는 내용을 담은 분기 차환 계획을 발표했다.
  
   피치는 부채한도 문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대립도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벼랑 끝 대치를 하다 막판에 해결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가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피치는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올해도 마감 시한 직전인 5월 말에 부채한도 협상안에 합의했다. 2년간 부채한도 적용도 유예해 미국 국가채무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피치의 이 같은 지적에 “터무니없다”며 발끈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임시방편으로 일관하는 미국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인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에드워드 알 후사이니 애널리스트는 “피치는 미국의 부채한도 결정 과정과 재정에 대해 위험신호를 주려고 한 것 같다”며 “두 가지 모두 미국 정책보다는 미국 정치에 대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장서우 기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 커져 … 원화가치 급락

 

원 · 달러 환율 1298원 마감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직후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하자 투자자들은 2011년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해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을 때 S&P500지수가 한 달간 약 15% 급락했기 때문이다.

   피치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뉴욕 지수선물 시장은 일단 차분하게 반응했다. 2일 오전 2시 기준 다우지수 선물은 0.33% 하락했다. S&P500지수 선물과 나스닥100지수 선물은 각각 0.27%, 0.63% 떨어졌다. 선물 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트루이스트의 키이스 레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상치 못한 일이고 돌발적인 상황”이라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90% 하락한 2616.47에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3.18% 떨어진 909.76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3%), 홍콩 항셍지수(-2.42%·오후 4시 기준), 대만 자취안지수(-1.85%)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로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4원70전 오른 1298원50전에 마감해 1300원 선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전 전해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3원70전 오른 1287원50전에 시작해 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하루 상승폭은 지난 3월 24일의 16원 후 약 130일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시장이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했을 때와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가 랠리를 지속하고,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4%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탄탄함을 증명하는 지표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강진규 기자


'저출산·고령화' 한국도 신용등급 강등 우려

피치 'AA-' ‥ 미국보다 2단계 낮아
"재정준칙 도입해 적자 관리해야"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한국 재정당국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확장 일변도였던 전 정부의 재정정책 여파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로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 기관은 2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피치가 1일(현지시간) 1994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주식, 채권과 환율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아직 시장에선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등급 하향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재정 악화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한국 역시 신평사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치는 2012년 9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신용등급을 위에서 네 번째인 ‘AA-’로 유지하고 있다. 피치의 등급은 ‘AAA’ ‘AA+’ ‘AA’ ‘AA-’ ‘A+’ 순이다. 미국과 한국의 신용등급은 세 단계 격차를 유지하다 이번에 두 단계 차이로 좁혀졌다. 무디스와 S&P는 한국에 각각 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2’와 ‘AA’를 부여했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선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무디스는 지난 5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통계적 압력이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기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월 보고서에서 국가부채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할 경우 한국은 2032~2033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임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재정준칙 도입과 건전 재정 기조로의 전환 등 신평사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요인들도 실제로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악화로 5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88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정부의 올해 전망치(1100조3000억원)에 근접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재정준칙은 여야 정쟁 속에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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